함부르크 슈타츠오퍼 — 헨젤과 그레텔
독일 함부르크에서의 헨젤과 그레텔 프로덕션 비하인드 — 낯선 극장, 낯선 언어, 그리고 낯설지 않았던 음악에 대한 기록.
독일 프로덕션은 처음이 아니었지만, 함부르크의 극장은 규모부터 달랐다. 헨젤과 그레텔 프로덕션에 영상 디자인으로 합류하며 겪은 것들을 기록해 둔다.
낯선 극장, 같은 문법
한국에서 늘 하던 것처럼 도면과 프리비주얼라이제이션부터 시작했다. 언어가 달라도 도면은 같은 언어다. 테크니컬 미팅에서 오간 대화의 절반은 독일어와 영어가 섞여 있었지만, 프로젝터 사양표와 3D 시뮬레이션 앞에서는 통역이 거의 필요 없었다.
숲을 그리는 방법
헨젤과 그레텔의 숲은 동화의 배경이면서 동시에 아이들의 공포 그 자체다. 우리는 숲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대신, 공연이 진행될수록 나무의 형태가 조금씩 왜곡되는 방식을 택했다. 관객이 의식하지 못하는 속도의 변화 — 이것이 이번 작업에서 가장 공들인 부분이다.
1막의 숲: 실제 나무 텍스처 기반, 안정적인 수직 구도 2막의 숲: 동일한 소스의 형태를 서서히 변형, 수직선이 흔들리기 시작 마녀의 집: 왜곡이 정점에 달한 뒤, 오히려 가장 달콤한 색으로 반전
리허설 노트
지휘자의 템포는 서울에서 미리 받은 레퍼런스 녹음보다 전반적으로 느렸다. 준비해 간 콘텐츠 중 상태 기반으로 설계한 장면들은 문제없이 늘어났지만, 타임라인에 고정했던 두 장면은 현장에서 재편집했다. 다음 해외 프로덕션에서는 처음부터 전 장면을 상태 기반으로 설계할 것 — 이번 작업의 가장 큰 교훈이다.
남은 것
공연이 끝나고 무대 감독이 건넨 말이 오래 남는다. 영상이 언제 시작되고 끝났는지 몰랐다는 말은, 이 일에서 들을 수 있는 가장 좋은 평가라고 생각한다.